나사 빠진 유튜버들 (4): 데일리뮤직, 케이팝 씹고 뜯기

[나사 빠진 유튜버들 시리즈]

(1) 괴랄한 훈남 먹방러 l 상윤쓰

(2) LQ만화의 영상화 l 짤툰

(3) 반골 아재 영화 매니아 l 거의없다

(4) 케이팝 씹고 뜯기 l 데일리뮤직

 

 

‘엄근진’하게 우리나라의 유튜브 채널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는가? 빅히트가 1위, 블랙핑크가 2위, 방탄TV가 3위다. 그다음으로도 SM타운, 원더케이, JYP 등이 포진해 있는데, 구독자 10위 안에 무려 일곱 채널이 케이팝 관련 채널이다. 전 세계적으로 막대해진 케이팝의 파이를 생각하면 대단히 놀라울 건 없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이런 케이팝의 새로운 소식들을 전하거나 새로운 작품이 나왔을 때 리액트를 하는 외국 유튜버들도 많을 것이다. 관련 영상을 이것저것 찾아봤다면 이제 웬만한 건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팝이 어떤 장르인가? 맥락 없음을 역이용해 그 어떤 문화적 코드도 소화할 수 있는 테마의 변화무쌍함과 탑급 북미 팝과 비벼도 거뜬한 프로덕션의 기술력이 결합한 현대 음악의 결정체 아니던가! 여기다 아재스러운 병맛과 기술적 덕력까지 듬뿍 더한 괴랄(?)한 채널이 있다면 믿겠는가?

혹시 케이팝을 음악적으로 뜯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으레 ‘아이돌 음악이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막상 하나씩 분석해보면 케이팝 한 곡 한 곡이 기획과 기술의 집대성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뮤직은 이를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는 개드립을 다량 섞으며 묘한 설득력이 갖는다.


 

단국대 생활음악과로 알려진 데일리뮤직은 작곡가 지망생이다. 그런 개인적인 사정 때문인지 올해 들어서는 영상을 하나만 올려서 현재 유튜브 활동이 활발한 편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은근 복잡다단한 변천사를 거쳐 지금에 오게 됐다. 처음에는 취향에 따라 케이팝 신곡들을 피아노나 8비트 게임 사운드로 커버하는 영상을 올렸는데, 플랫한 형식을 띠다 보니 조회 수가 2만을 넘는 케이스가 없었다. 조회수가 터지기 시작한 건 대놓고 병맛을 지향하며 별별 드립과 밈을 갖다 붙인 케이팝 트랙 해부 스타일로 기획을 바꾸면서부터다. 그 출발점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Forever Young’ 리뷰였고, 이 영상들이 올라온 이후 3달여 만에 구독자 1만, 5만, 10만을 가볍게 달성해 버렸다. 케이팝은 워낙 다양한 요소가 중첩되어 탄생하는 장르이자 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리뷰를 할 거리가 다양하다. 데일리뮤직은 그중에서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음악 기술적인 분석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여기에 유빈의 ‘숙녀’ 리뷰에서 AOR(Adult-Oriented Rock)과 시티팝을 확실히 분리하고, BTS의 ‘IDOL’ 리뷰에서 아프리카 계열의 서브 장르 ‘Gqom’ 베이스의 프로덕션이 왜 한국적인 추임새 ‘얼쑤’, ‘지화자’와 잘 붙는지 설명하는 등 해박한 장르 이해도까지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의심의 여지 없이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음악 덕후다.

사실 데일리뮤직의 케이팝 트랙 해부 영상을 보면 실용음악을 실제로 공부하지 않은 이상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많이 없다. 생각나는 대로 음악 전문 용어만 대충 늘어놔도 쏘우파, 펄스파, 싸인파, ADSR(어택, 디케이, 서스테인, 릴리즈), 오토메이션, 사이드체인, 보컬 찹, 복스 리드 기타 등등 신스, 젬베, 벌스, 훅 정도 말고는 일반인이 ‘음~ 그렇군’ 할 수 있을 법한 말이 별로 없다. 그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는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을 화면에 간략하게 띄우고, 그 각각을 휘뚜루마뚜루 빠르게 보여주고 넘겨 보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낸다. 화성의 경우에도 기본은 설명해주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슷한 화성 구조를 가진 노래들을 하나씩 열거한다. 아마 ‘느낌적인 느낌으로 리뷰하자니 신뢰도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혼자 신나서 덕력을 뽐내자니 아무도 안 볼 테고…’ 같은 고민을 한 끝에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닐까 싶다. 데일리뮤직의 채널 안에서 그 중간점을 더 잘 잡아주는 것이 또 오프닝을 꾸미는 드립과 태클 거는 캐릭터, 그리고 여러 버전의 커버 같은 장치들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에서 ‘알이 하나 그런데’ 같은 말을 뽑으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드립을 꾸민다든지, 무민이와 만쥬라는 캐릭터로 시청자의 의견을 대변한다든지, 스타일만 가져와 ‘학교종이 땡땡땡’, ‘곰세마리’ 같은 누구나 아는 동요를 새롭게 만든다든지, 이 모든 게 다 보는 사람이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게끔 하기 위한 친숙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근래에 데일리뮤직은 CM송도 리뷰하고, 컬래버레이션도 했다. 만약 오로지 병맛만을 원한다면 대성마이맥, 슈퍼콘, 동원참치 CM송 리뷰를 보면 되고, 요즘 노래보다는 옛날 노래가 궁금하다면 ‘낙원악기상가 컨텐츠’라는 머릿말이 달린 리뷰를 보면 된다. 그러니 가끔은 마마무의 ‘고고베베’ 리뷰처럼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영상 구성을 짜다 보니 초무리수일 때도 있지만, 음악을 잘 알고 싶다면 취향 따라 골라보고 ‘음잘알’로 거듭나자!


 

1. 혼돈의 짐살라빔(Zimzalabim) 리뷰

데일리뮤직은 2018년 9월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했다. 이후에 15만 명까지 구독자를 끌어올렸는데, 이후로 두 달간 증가치가 미미했다. 그러나 7월 초에 올라간 레드벨벳의 ‘짐살라빔’ 리뷰가 채널의 두 번째 100만 조회 영상이 되며 구독자를 더 끌어모았다. 사실 이 영상은 데일리뮤직이 가진 매력의 정수는 아니다. 유튜버 자신이 더 돋보이는 다른 인기 영상에 비해 속도감도 떨어지고, 그래서 수많은 음악 전문 용어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느낌도 덜하다. 그래도 ‘떡상’한 이유를 따지자면 아마도 레드벨벳이 커리어를 이어가면 갈수록 다소 난해한 음악을 많이 내놓고 있고, 그 결정체 중 하나가 ‘짐살라빔’이라서일 가능성이 높다. 영상 안에 SM과 레드벨벳, 그리고 ‘빨간 맛 (Red Flavor)’도 만들었다는 프로듀서진이 왜 이런 노래를 타이틀로 내세웠는지에 대한 분석과 해석은 없다. 대신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왜 ‘짐살라빔’에 혼돈을 느끼는지를 프로덕션 측면에서의 세 가지 단점으로 자세히 풀어준다. 그 점에서 노래를 듣고 답답하게 응어리(?)가 맺혔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은 팬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2. 숀 Way Back Home 리뷰(feat.버스커버스커)_데일리뮤직

‘숀 안 대고 닐로 먹기’라는 오명의 주역(?) ‘Way Back Home’을 음악적으로 분석한 영상이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이 노래가 공개됐던 당시 숀은 장덕철, 닐로와 함께 음원 사재기 의혹을 많이 샀다. 다만, 데일리뮤직은 논란을 떼어놓고 어쨌든 이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좋게 들리는 이유를 화성 구조, 특정 악기를 통해 설명한다. 비슷한 화성 구조를 가진 2010년대 팝 명곡 ‘Love The Way You Lie’, ‘See You Again’을 친절히 예로 들고, 웬만한 요즘 섬머송에는 다 들어간다는 플럭 신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중 후자에서는 어택, 디스토션, 오실레이터를 조절, 적용했음을 차례대로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뭔 말인지 못 알아듣겠지만 왠지 멋있는 파트라면, 이다음은 특유의 병맛 + 능력자 파트다. 블루스 식의 드럼과 워킹 베이스를 깔아 만든 카페용 재즈 버전, 제대로 무리수 띄운 덥스텝 버전, 어쿠스틱한 버스커 버스커 버전, 서정적이면서도 격렬한 분위기의 여자친구 버전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해도 충분히 좋게 들리는 걸 증명함으로써 데일리뮤직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3. 사심 가득한 ITZY(있지) – ICY 리뷰

단언컨대 2019년 최고의 케이팝 혹은 최고의 한국 음악은 있지의 ‘달라달라’다. 단언할 수 있는 건 빈틈을 노려 Z세대에게 맞게 잡은 컨셉 포지셔닝, 요즘 식으로 벌스에서 EDM과 힙합을 섞고 후렴을 하우스 패턴에 캐치한 멜로디를 얹어 트렌디함의 끝을 달리는 프로덕션이 가히 영악하고 혁신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JYP 걸그룹은 데뷔곡이 가장 뛰어나다는 공식의 명맥을 잇는다. 그래서 그다음 발표하는 곡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을 받는데, ‘ICY’도 마찬가지였다. 데일리뮤직은 랩으로 구성된 후렴을 주요한 이유로 들며 이를 해석했다. 단순히 설명만 하는 게 아니라 발라드 버전을 학교 후배에게 부르게 해 후렴이 따라 부르기 애매함을 실재적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그는 호불호가 갈릴지라도 여전히 유효한 신스 베이스 라인과 댄스 브레이크로 접어들며 터지는 에픽 사운드를 호평했다. 뭐랄까, 아닌 건 왜 아닌 것 같은지 충분하게 해소해주면서도 분명한 강점은 충분히 칭찬하는 설득력 높은 주관이 느껴진다. 그리고 5시간 동안 카피를 땄다는 ‘ICY’와 BTS의 ‘DNA’를 섞은 버전에서는 있지와 케이팝에 대한 애정마저 느껴진다.

CREDIT

에디터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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