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유튜버들 (2): 짤툰, LQ만화의 영상화

[나사 빠진 유튜버들 시리즈]

(1) 괴랄한 훈남 먹방러 l 상윤쓰

(2) LQ만화의 영상화 l 짤툰

 

출처: 짤툰 공식 페이스북

 

디시인사이드의 카툰-연재 갤러리는 약 15년 동안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해왔다. 시쳇말로 ‘아웃풋’을 이야기하라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이며, 대한민국 웹툰계의 저변을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중에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병맛’ 코드를 지향하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꼭 그림을 잘 그리지 않아도 누구나 만화를 올릴 수 있는 환경으로 인해 마치 그림판으로 대충 그린 듯한 LQ(Low Quality) 스타일이 잦은 빈도로 결합하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이제 병맛 + LQ는 더이상 게시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큰 틀에서 보았을 때, 논란이 많았던 임총은 <공감.jpg>를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했으며, 김케장은 이모티콘 케장콘으로 카카오톡에서 히트했다. 그리고 이 계열로 따졌을 때, 현재 유튜브에서는 짤태식이 그리는 짤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짤툰을 제대로 이야기하려면 사실 영상 형태 이전에 2016년부터 있어 왔던 전형적인(?) 웹툰 형태였을 때부터 짚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당장 다 설명하기에 어려울 만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유튜브로 옮겨온 영상 형태의 짤툰만을 다루려 한다. 일단 짤툰은 미쳐 있다. 사족을 다 떼고 먼저 이렇게 말하는 건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이 흔히 말하는 ‘저세상’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잘못 온 카톡 하나를 두고 <인사이드 아웃>, <유미의 세포들>처럼 담당들이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토론을 하고(‘카톡 답장’), 관우가 화살을 맞고 독이 스며든 뼈를 마취도 없이 긁어냈다는 <삼국지>의 일화를 허세와 연결시키고(‘허세충’), 부모님을 제멋대로 이용하며 ‘함정에 함정에 함정에 함정이었던 거임~’을 끝없이 시전하기도 한다(‘탈룰라’). 대부분 유명 밈, 짤방을 비롯한 단편적인 소재가 중심이기에 스토리 자체가 대단히 기발하진 않다. 그러나 작가 짤태식이 기만자 소리를 듣는 액면과 상반되게 남용해대는 ‘병맛’ 상황이 많은 부분을 무마한다.

짤툰 속 ‘병맛’은 실은 새로울 건 없고 디시인사이드를 포함한 인터넷 커뮤니티 특유의 루저 문화에 상당 부분 의지한다. 주인공은 웬만하면 아싸 기질을 보이는 인물인데, 위치를 낮춰 잡은 채로 펼쳐지는 온갖 상황은 한국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다면 우습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아싸 특유의 정색하고 쏟아내는 빠른 설명을 더해 무엇이든 벌일 수 있는 상태는 곧 빈번하게 노골적인 PPL로 이어진다. 덕분에 짤툰은 지금까지 채널 내외로 게임, 앱, 영화, 도시락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광고를 진행하면서도 광고주가 원하는 정보 전달과 구독자가 원하는 재미 유지를 동시에 해낸다. 만약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기존 형태의 LQ 웹툰이었다면 이 정도의 유희성과 광고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영상형 LQ 웹툰을 만드는 채널이라면 사실 ‘머기업’ 소리를 들을 만한 총몇명, 특정 장르로 국한하면 호북이도 있고 여러 갈래로 많다만, 짤툰 또한 웹툰으로서 유튜브 시장에 적절히 안착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짤툰 공식 페이스북

 

쓸데없이 진지하게 설명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맞다. 짤툰은 이딴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뇌의 사고 기능을 잠시 꺼두고, 원초적 감각에 의존한 채로 즐기면 되는 콘텐츠다. 아마 짤툰 식이었다면 카툰-연재 갤러리 어쩌고저쩌고 할 때 이미 ‘X까’ 소리를 한 번 들었을 거다. 그게 또 빠른 템포로 점철된 짤툰이 반년도 안 되었는 데도 고작 20개를 갓 넘는 개수의 영상으로 60만 구독자를 달성한 이유다. 그러니 그냥 10분 안에 다 볼 수 있는 조회 수 탑 3 영상들이나 보자.


 

1. 국밥충

짤툰 채널이 대박을 친 건 무엇보다 첫 번째 영상 ‘국밥충’이 올라가자마자 터졌기 때문이다. 2위 ‘헬창 가족’과 300만 회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밥충’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짤툰 채널의 정체성을 온전히 갖고 있다. 우선, 영상 공개 당시 한창 SNS, 커뮤니티 등지에서 불었던 국밥 드립을 기본 뼈대로 잡았다. 그때 그 순간 가장 유행했던 밈을 끊임없이 변칙적이고 반복적인 상황과 함께 빠른 속도로 들이민다. 친구 사이, 애인 사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까지, 일상적인 관계를 그럴듯하게 층층이 쌓은 덕에 장례식에서의 마지막 카운터 한마디 “국밥을 왜 처먹냐?”가 제대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여기에 맞는지 모르겠다만, 클래식이라는 말을 써도 될까 싶다만, 아무튼 짤툰 채널 안에서 차이와 반복의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한 개그를 선보이는 회차가 아닌가 싶다.

 

2. 헬창 가족

2019년 한국의 대표 인터넷 밈을 꼽자면 앞서 말한 국밥 드립, 그리고 헬창 드립이 있다. 짤툰도 두 밈을 채널 초반에 활용해 인기를 급상승시켰다. 이중 헬창 드립은 처음엔 부정적인 의미를 지녔으나, 지금은 오히려 운동이라는 건전한 행위를 희화화하여 풀어내는 쪽에 가깝다. 이는 비교적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보편 대중적인 짤툰의 소재 선정 스타일과 가장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여기에 짤툰은 엄마, 아빠, 할아버지라는 머릿속으로 쉽게 그려지는 가족 구성원들을 사건을 일으키는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며 일반성을 더욱 더한다. 히트한 회차인 만큼 헬창 드립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3 대 500, 언더아머, 근손실 등 온갖 헬스 드립이 폭풍같이 쏟아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4분여의 시간이 ‘순삭’ 당해 있을 것이다. 물론, 만약 진정한 운동인이라면 짤툰 볼 시간에 데드리프트, 벤치 프레스,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조ㅈ… ^^;…

 

3. 2070년 메이플스토리

밸런스, 스토리, 사행성 등 언제나 수없이 많은 문제에 둘러싸여 왔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지금 20대 중, 후반이 된 이들에게 어린 날의 추억으로 가득한 게임이다. 일정 부분은 유달리 극악의 퀘스트, 맵, 보스를 자랑하는(?) 이미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2070년 메이플스토리’는 그 고난의 기억을 극단적인 스토리로 떠올리게 한다. ‘틀딱’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나이 든 사람을 비하하는 코드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만, 초창기 메이플스토리를 했던 자기 자신을 낮춰 부른다고 생각하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다. 그에 걸맞게 모범택시를 타고 슬리피우드에 갇혀 레벨업을 많이 못 했다든지, 인내의숲을 클리어하려다 실패하고 실신했다든지, 5강 냄뚜(냄비 뚜껑)를 준다는 손자의 말에 화색이 돌았다가 사각 나무 방패를 받고 화를 낸다든지 하는 모습이 공감하는 사람들을 깔깔거리게 만든다. 보통 추억 팔이는 영 좋지 못하지만, 팔 거면 이렇게 제대로 팔아야 팔린다.

CREDIT

에디터 김정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다지만, 양심만 있으면 재밌는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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