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낫 아이언맨

 

세 번째 페이즈를 닫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지금까지 최고의 영웅은 호불호를 떠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하 로다주)가 맡은 아이언맨이었다. 2008년 탄생부터 2019년 죽음까지, 아이언맨은 언제나 마블 영화의 중심에 서서 세계관 자체를 말 그대로 먹여 살렸다. 그 사실을 스스로도 자신 있게 인정했는데, 이는 과거 커리어 동안 마약 중독을 비롯해 사생활이 매우 너저분했던 로다주에게도 완전한 반전의 계기로 작용했다. 근 10년 동안 주가가 폭등한 그는 실제로 MCU의 큰 조각으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몇 편의 영화를 더 찍었다. 오는 1월 8일에도 아이언맨인 상태에서 빠져 나와 내놓는 첫 영화 <닥터 두리틀>이 개봉하는데, 비록 살아 있는 아이언맨은 더이상 없더라도 로다주의 커리어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모아본 아이언맨이 “I’m Ironman”이 아닌 “I’m Not Ironman”이라고 외친 순간들. 순서는 개봉연월일 순이며, 다큐멘터리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과 카메오로 등장한 <아메리칸 셰프>는 제외했다.


 

트로픽 썬더 (2008)

지난해 한국에서도 개봉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영화 좀 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재미였을 것이다. 영화 안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컨셉이야 이전에 다른 영화로 어느 정도 학습할 수 있다 쳐도 그것이 휴머니즘으로까지 이어지는 광경(?)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이점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만큼 다층적인 감정을 안겨 주진 않지만, 무려 벤 스틸러, 잭 블랙,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대머리(!) 톰 크루즈(!!)라는 초호화 라인업으로 가득한 <트로픽 썬더>도 만만치 않다. 오프닝부터 미국에서 흔히 유통되는 힙합, 액션 블록버스터, 저질 코미디, 스릴러 광고/영화 예고편을 휘뚜루마뚜루 비꼬더니 본편에서는 할리우드식 전쟁 영화에 대한 풍자를 숨 쉬지 않고 퍼붓는다. 골 때리는 설정이 난무하는 와중에 로다주는 언제나처럼 흑인 배역에 과몰입하기 위해 수술로 피부색을 까맣게 만든 배우 커크 라자러스를 연기한다.


 

솔로이스트 (2009)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논픽션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저널리즘의 방식 중 하나로 많이 활용된다. <솔로이스트>는 이 내러티브 논픽션을 매개로 칼럼니스트 스티브 로페즈(로다주 분)와 노숙자 첼리스트 나다니엘 에이어스(제이미 폭스 분)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는다. 영화는 구원하는 자와 구원받는 자라는 관계 설정을 통해 인간 본성을 탐구하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오래된 명제처럼 이야기의 배경인 로스 엔젤레스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를 나다니엘 에이어스의 삶부터 논하기 시작한다. 이를 로다주, 제이미 폭스라는 명배우들의 에너지를 빌려 힘 있게 풀어내려 하는데, 평면적인 캐릭터, 변곡점이 불분명한 시나리오, 흐지부지 정리되는 엔딩 때문에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다만, 아이언맨 에라 이후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강조해온 로다주가 보이는 차분하고 진중한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오긴 할 것이다.


 

듀 데이트 (2010)

요즘이야 <조커>의 감독으로 익숙하겠지만, 토드 필립스는 원래 <행오버> 시리즈로 유명한 코미디 전문 감독이었다. 흔히들 ‘웃기되 우스워 보이진 말자’라고 말하곤 한다. 그 점에서 그가 <조커>를 훌륭하게 만든 건 그간 자신이 만들어 온 영화들이 웃기다고 아무렇게나 대강 만든 산물이 아님을 증명한다. 토드 필립스의 코미디 필모그래피 한 켠을 채우는 <듀 데이트>도 의외로(?) 잘 설계된 슬랩스틱 로드 무비다. <행오버> 시리즈의 1/3인 자흐 갈리피아나키스가 연기하는 에단의 그야말로 거지 같은 만행들은 러닝 타임 내내 피터(로다주 분)와 관객의 짜증을 대폭발시킨다. 그럼에도 <듀 데이트>가 버디 무비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원 투 쓰리 스탭을 순식간에 밟아가며 형성하는 불가피한 상황, 캐릭터의 성격 덕분이다. 물론, 이딴 상황이 영화 밖에서 일어나면 보살이 아닌 이상 100% 살인이 일어날 것이다.


 

 

셜록 홈즈 &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2009 & 2011)

그 누구도 로다주를 아이언맨 이외의 모습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그게 설령 여러 번 리바이벌되었던 전통의 캐릭터 셜록 홈즈라도. 셜록 하면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이기도 하고. 그래도 색다른 재미를 기대한다면 추리 탐정보다는 액션 영웅에 가까운 <셜록 홈즈>와 속편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이 볼 만 할지도 모른다. 올해 <알라딘>으로 메가 히트를 한 가이 리치 감독 버전의 셜록은 머리보다 몸을 더 많이 쓴다. 몸싸움에 능하다는 원작의 설정을 극대화한 셈이다. 문제는 맨손 액션을 할 때 영춘권까지 선보이는 데다 탐정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제대로 배반해서 호불호가 확실하다는 것. 하지만 감독은 오히려 2편에서 그나마 있던 추리도 다 걷어내고 화끈하게 액션에 스탯을 ‘몰빵’했다. 능청스러운 로다주의 셜록이 19세기 영국 런던을 휘저으며 싸움닭같이 구는 어드벤처물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가볍게 보길.


 

더 저지 (2014)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들을 리얼타임에 가깝게 경험했다면 로다주가 종종 아이언맨 외에 다른 선택을 했겠거니 생각했을 수도 있다. 반면, <더 저지>가 개봉한 2014년은 시기적 맥락이 조금 다르다. 2012년에는 <어벤져스>로 MCU의 시대가 더욱 활짝 열렸고, 2013년에는 아이언맨이라는 캐릭터의 입체성을 완성하는 <아이언맨 3>가 개봉했었다. 그 후로도 로다주는 2010년대의 절반을 줄곧 토니 스타크로만 살아왔다. 그래서 정통 드라마/스릴러를 믹스한 <더 저지>는 그의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튀어 보인다. 영화는 속물근성의 이기적이고 유능한 변호사 행크 팔머(로다주 분)와 40년 넘게 정직 하나만을 믿고 살아온 판사이자 그의 아버지 조셉 팔머(로버트 듀발 분)의 해후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감정선 위주로 묵직하게 끌고 가다 보니 가족극을 기대하든, 법정극을 기대하든 간에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시간 20여 분 동안 이어지는 두 주연의 열연이 관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엔딩까지 안정적으로 데려다준다.

CREDIT

에디터 김정원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다지만, 양심만 있으면 재밌는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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