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즐기는 '저세상 드라마' 4

출처: <인셉션> 스틸컷

 

영화 <인셉션>에서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끊임없이 작은 팽이를 돌린다. 자신이 꿈에 머물러 있는지, 현실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고작 엄지손가락만 한 팽이는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 안에서 꿈과 현실을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 작은 소품이든, 어떤 동작이든 비현실과 현실을 구분 지어주고, 때로는 이어주는 이 매개들은 판타지 장르에 늘 등장하기 마련이다. 아마 일종의 개연성을 불어넣는 역할일 것이다. 실제 삶에는 없는 비현실을 우리로 하여금 수긍하게 만드는 발판이 있어야만 할 테니까. 드라마도 다르지 않다. 미지의 세계와 보통의 삶을 이어주는 크고 작은 연결고리들을 가진 판타지 드라마 네 편을 각 드라마에서 중요한 코드와 함께 소개한다.


 

로스트룸: 모텔의 룸키

어떤 키로 방문을 열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솔직히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온갖 여행지는 물론 은행 금고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차오르니까. 그러나 그런 키를 갖고 있다면 늘 악당이 쫓아오기 마련이다. 어떤 문이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주인공 조 밀러(피터 크라우스 분)는 그 열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딸을 잃는다. 행방불명된 딸을 쫓아 열쇠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며 진실에 가까워진다. 드라마에서는 룸 키 외에도 여러 오브제가 등장하는데, 오브제마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어 물건의 능력들을 살피고, 서로의 물건을 탐내는 인물들의 경쟁이 재미를 더한다. 6부작으로 다소 짧은 길이를 갖고 있지만, 판타지 스릴러 마니아들에겐 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시즌 2가 나오지 않아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박수 칠 때 떠나야 한다고, 하나의 시즌에서 이야기를 깔끔히 끝냈기 때문에 더 빛을 발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매니악: 알약과 기계

겉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우리는 각자만의 상처와 아픔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잘 극복해 일상을 이어가지만, 상처에 함몰되어 외톨이로 살아가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매니악>은 그 외톨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상처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상처를 기계로라도 치유하고 싶은 사람들. 미래 시대에 상처를 약물로, 기계로 치료해준다는 임상실험에 두 남녀가 참여하여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전혀 다른 배경의 세계들이 펼쳐지고, 그곳에서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드라마 초반에 산만한 면이 있어 ‘세상엔 <매니악>을 끝까지 본 사람과 포기한 사람으로 나뉜다’는 평까지 존재하지만, 레트로 감성의 연출, 엠마 스톤과 조나 힐의 조합을 위해 꾹 참고 중반부로 넘어가면 마지막엔 꽤 감동적인 메시지까지 얻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엠마 스톤의 연기 하나만으로 이 드라마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 평소 그를 좋아했다면 내용과 상관없이 마음에 쏙 들 것이다.


 

웨스트 월드: 인공지능과 테마파크

테마파크, 놀이공원 하면 떠오르는 게 그저 놀이기구뿐일 수도 있으나 <웨스트 월드>엔 신개념 테마파크가 존재한다. 과거 서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재현된 대규모 공원은 물론, 사람 못지않은 인공지능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놀이기구도 그 흔한 솜사탕 하나 없지만, 인공지능들을 따라 미션을 수행하고, 수수께끼를 풀며 즐기는 새로운 공간이다. 현실에서는 즐기지 못했던 쾌락을 좇고 폭력성을 가감 없이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꽤 매력적이다. ‘사람과 인공지능,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그 세계에서 과연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간다. HBO가 <왕좌의 게임>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어 보자며 내놓은 드라마이니, 재미는 말할 것도 없다. 내년에 시즌 3 방영이 이미 예정되어 있기에, 얼른 시즌 1부터 시작하길 추천한다.


 

THE OA: 5명이 함께하는 동작

단순한 동작을 모여서, 간절한 마음으로 했다는 이유로 다른 차원에 갈 수 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THE OA>의 주인공 프레어리(브릿 말링 분)는 그 믿음을 굳게 갖고 있는 인물이다. 본인이 이미 경험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때, 이 기묘한 주인공은 동네 마을에서 소외되어 있는 인물 5명을 만나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도움을 청한다. 자신을 믿고, 함께 또 다른 차원으로 보내 달라며 일종의 동작을 가르친다. 그를 믿을지 말지, 정말 다차원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섯 명의 인물이 쌓아가는 유대는 이미 진짜인 듯하다. 일명 ‘저세상 스토리’라고도 불리는 이 드라마의 작가는 놀랍게도 주인공 역을 맡은 브릿 말링이다. 연기는 물론, 풍부한 상상의 세계를 가감없이 선보이는 이 이야기를 경험하고 나면 그가 정말 다른 세계의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시즌 3가 캔슬되어 많은 팬이 슬퍼했지만, 사실 브릿 말링의 존재만으로 이 드라마는 이미 완벽에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CREDIT

에디터 최예은

​온갖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 통장 잔고가 늘 위태롭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밥 먹듯이 드라마 시청 중. 넷플릭스 가입하고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 기사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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