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로 함께, 부부 영화 4

출처: <프라이빗 라이프> 스틸컷

 

사람들은 매일같이 사랑에 대해 떠든다. 드라마, 영화, 음악, 책까지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매번 단골로 등장하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사랑을 정의하고 묘사하는 수많은 글과 장면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는 역시나 사랑의 시작과 끝이다. 묘한 긴장과 떨림을 오가는 시작, 가슴이 무너질 것처럼 절절해지는 끝.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고, 함께 슬퍼하게 된다.

그러나 시작과 끝 말고도, 사랑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존재한다. 연인으로 시작해 삶의 마지막으로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바로 부부 말이다. 처음처럼 떨리진 않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 겪어낸 이들의 삶에서만 느껴지는 안정, 그리고 믿음이 주는 감정은 풋풋함, 절절함과는 또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생활 속에 스며든 사랑이 잔잔하게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소개한다. 마음이 요동치는 사랑 영화만큼이나 깊은 감정을 선사하는 부부의 삶을 다룬 영화.


 

해피 이벤트: 육아로 새로운 문을 여는

출산을 앞둔, 혹은 출산 후의 부부를 만나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육아는 현실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사실 미혼인 사람들에겐 이 말이 잘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저 어느 정도의 가늠을 해볼 뿐. 그 예상을 조금 더 명확히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해피 이벤트>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임신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임신과 출산이 두 사람의 생활과 관계를 어떻게 바꿔 놓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보여준다. 육아라는 현실에 부딪히며 깨지는 사랑이 끝을 향해 갈까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부, 그리고 부모의 삶을 미리 예습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앞뒀다면, 혹은 한 번쯤 부모가 되는 상상을 해봤다면 아주 좋은 지침서가 되는 영화임이 틀림없다.

감독: 레미 베잔송

출연: 루이즈 보르고앙, 피오 마르마이


 

프라이빗 라이프: 난임이라는 어려움 앞에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부부로 묶인 후에 겪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아마 무엇이든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백날 좋은 일만 생긴다면 당연히 편하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라이빗 라이프> 속 부부는 난임(아이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아주 큰 문제에 함께 부딪힌다. 그리고 이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 함께 뛰어다니며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치부와 연약함을 보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부부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자리 잡았는걸. ‘과연 이 부부는 임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함께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난임이라는 바탕 위에 섬세하게 다져진 부부의 삶과 현실, 그 결말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당장 <프라이빗 라이프>를 검색해보자.

감독: 자마라 젠킨스

출연: 캐서린 한, 폴 지아마티


 

비포 미드나잇: 재혼으로 중년을 맞은

사랑은 둘이 함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인이 모여 이루는 것이기에 혼자서, 몸소 겪어야 하는 경험이기도 하다. 아무렴 사랑하는 이라도 가치관이 다르고, 입장이 벌어진다면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각자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 <비포 미드나잇>은 이러한 사랑의 모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일 것이다. 꿈 같았던 밤에 사랑을 속삭이던 어린 남녀는 이제 눈가에 주름이 진 중년 부부가 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열렬히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지만, 둘 사이의 매서운 말다툼은 영화 내내 끊이지 않는다. 대화가 너무 현실적이라 어떤 부분에선 꼭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영화는 그러한 장면들을 발판 삼아 원숙한 사랑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한밤의 설렘도, 운명 같은 재회도 좋지만, 노을처럼 무르익은 사랑만큼이나 낭만적인 것이 또 있을까.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쥴리 델피


 

아무르: 죽음의 그늘 아래에

함께 늙어가는 것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관문은 아마 죽음일 것이다. 결혼 서약에 흔히 보이는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구절이 괜히 나온 게 아닐 테다. 그만큼 죽음은 필연적으로, 때를 알리지 않고 찾아오니까. <아무르>는 서서히 죽음에 가까워지는 노년 부부의 모습을 아주 담담하게 보여준다. 갑작스럽게 병상에 누워있게 된 아내와 그를 돌보는 남편의 일상 속에 서로 다른 길을 마주한 이들의 아픔과 슬픔, 절망이 녹아 있다. 영화가 끝을 향하면서 부부가 살던 집은 점점 더 조용해지지만, 죽음이라는 그림자는 크기를 키운다. 평생을 함께 보내온 동반자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데에 좋은 방법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긴 하는 걸까. 답은 희미하지만, <아무르>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조금은 더 선명해질지도 모르겠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임마누엘 리바, 장 루이 트린티냥

CREDIT

에디터 최예은

온갖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해 통장 잔고가 늘 위태롭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밥 먹듯이 드라마 시청 중. 넷플릭스 가입하고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 기사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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