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 투 보더 유, 부츠 라일리를 아십니까?

*본 기사는 <쏘리 투 보더 유>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예술가의 정치적 표현은 자유로운 편이고, 실제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작품 안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얼마 전 한국 넷플릭스에도 공개된 영화 <쏘리 투 보더 유> 또한 꽤나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인데, 감독인 부츠 라일리의 커리어를 보면 그것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자본주의를 이면을 담아낸 '웃픈' 우화

<쏘리 투 보더 유>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된 영화로, 부츠 라일리가 감독과 각본을 모두 담당했다. 영화 <겟 아웃>,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에 출연했던 러키스 스탠필드와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잘 알려진 테사 톰슨, <버닝>에도 출연한 바 있는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 등이 출연했다. 줄거리는 초반까지 가벼운 블랙 코미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삼촌 집에 얹혀 사는 주인공 캐시어스(러키스 스탠필드 분)는 우여곡절 끝에 텔레마케터로 취직하지만 실적은 전혀 올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기업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동료들과 투쟁에 나선다. 하지만 백인 말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된 캐시어스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거대기업의 일원이 되려 한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선 거대기업의 이면을 눈치채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 이후부터는 초현실적 요소들이 잔뜩 등장하면서 노골적인 체제 및 기업가 비판과 풍자가 요란하게 펼쳐진다.

대강의 이야기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에 날을 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정치적 성격을 바탕으로 어두운 현실을 우화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로튼 토마토에서 “두려움 없이 야심적이며, 통렬하게 재미있고, 철저하게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93%의 높은 신선도를 기록했고, 몇몇 독립 영화상도 수상했다. 첫 감독 데뷔작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츠 라일리가 <쏘리 투 보더 유>의 각본을 만들고 영화로 완성해 내기까지는 6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증명하듯 영화 <쏘리 투 보더 유>가 있기 이전에 앨범 [Sorry to Bother You]가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앨범을 만든 밴드 더 쿠가 있었고, 더 쿠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프런트맨 래퍼 부츠 라일리가 있었다. 또한, 래퍼가 되기 전 어린 나이의 사회 운동가 레이먼드 로렌스 라일리가 있었다.


출처: 부츠 라일리 인스타그램 (@bootsriley)

 

10대부터 잔뼈 굵은 사회 운동가

부츠 라일리는 1971년 인종적 다양성을 가진 재혼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부모가 모두 사회 운동가였다. 본인도 어릴 적 그의 집이 사회 운동가 동료들의 아지트가 되거나, 아버지가 KKK단과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돌아온 것을 본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그도 어린 나이에 정치 세계에 입문했다. 한 청년 운동가의 독려로 14살 때 처음 사회 운동 현장에 나섰고, 15살에는 진보노동당에 가입했다. 이러한 정치 성향은 추후 이어지는 그의 모든 활동의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음악가이기 이전에 사회운동가로 커리어 안팎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음악가 동료들과 마우마우 리듬 콜렉티브라는 단체를 조직해 힙합 음악을 바탕으로 한 사회 운동을 펼쳤고, 한때는 음악을 관두고 영 콤레이즈라는 단체를 조직해 오클랜드 지역에서 각종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에도 강연, 워크샵 등의 활동을 했고, 2018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점거 운동에도 동참했다. 2010년에는 우리나라의 콜트/콜텍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톰 모렐로와 함께 LA의 사회 운동가들이 개최한 ‘기타의 밤’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모든 활동은 당연히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치적 래퍼에서 정치적 감독으로

부츠 라일리의 음악 커리어는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다. 그는 1991년에 펑크, 소울 등의 요소를 담아낸 얼터너티브 힙합 밴드 더 쿠를 결성한다. 하지만 이 밴드를 설명할 때 음악적인 색깔만큼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프런트맨인 부츠 라일리의 정치성 짙은 가사다. 자본주의와 미국 정치, 경찰 폭력부터 인종 문제와 격차 문제 등을 비판한 더 쿠의 노랫말은 그의 신념이 그대로 반영된 산물이었다.

그렇다고 메시지에만 함몰되어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부분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몇몇 작품은 그 해의 앨범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더 쿠 활동 외에도 앞서 말한 ‘기타의 밤’ 행사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던 비슷한 정치적 성향의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와 함께 스트리트 스위퍼 소셜 클럽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음악은 때로 과격한 표현으로 체제를 비판하고, 때로는 절묘한 스토리텔링으로 현실을 꼬집었다. “내 지주를 죽여라([Kill My Landlord])”, “이 앨범을 훔쳐라([Steal This Album])”, “더 큰 무기를 들어라([Pick a Bigger Weapon])” 같은 앨범 타이틀만으로도 그 직설적인 메시지가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스눕 독의 히트곡 ‘Gin and Juice’를 패러디한 [Genocide & Juice] 같은 앨범의 타이틀이나 ‘Fat Cats, Bigga Fish’, ‘Me and Jesus the Pimp in a ’79 Granada Last Night’, ‘5 Million Ways to Kill a CEO’ 등의 트랙에서 보여주는 재치 있는 스토리텔링이나 블랙 유머는 <쏘리 투 보더 유>의 먼 예고 같은 느낌마저 준다.

 

 

그러한 활동을 거친 부츠 라일리가 더 쿠를 이끌고 2012년에 발표한 앨범이 바로 [Sorry to Bother You]다.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앨범은 영화 <쏘리 투 보더 유>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영화 대본 초안을 완료한 부츠 라일리가 그것에 기반해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평단에서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그것이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가 음악가라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그의 영화에 대한 열망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대본은 2014년에 작가이자 각본가, 출판업자인 데이브 에거스를 만나 빛을 보았다. 거대기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또 다른 영화인 <더 서클>의 각본에 참여하기도 한 데이브 에거스는 <쏘리 투 보더 유>의 대본을 극찬하며 직접 출판했고, 그것이 실제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계기가 되었다. 영화의 OST에는 당연히 더 쿠가 참여했다.


 

부츠 라일리를 알기에

이처럼 지금껏 부츠 라일리는 늘 정치적인 신념을 표현해왔다. 그것은 음악, 사회활동, 그리고 영화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이미 다음 영화의 계약을 마쳤고, 새로운 TV 시리즈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언젠가 음악으로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가 새 작품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의 다음 작품에 또 눈이 가는 이유다.

CREDIT

에디터 최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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