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즐기는 공연, 영화, 책

코에 스며드는 내음을 맡는다는 건 추억을 회상하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향은 보이지 않고 담기지도 않지만, 머릿속에 저장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같은 장범준의 노래 가사처럼 말이다. 그런데 스치는 향기가 기억 저편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면, 향은 단지 추억을 자극하는 도구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잊고 싶지 않은 그 기억의 단편을 원하는 향을 누군가에게 각인시킬 수는 없을까? 그에 대한 답으로 퍽 로맨틱한 방식이 있었다.


 

공연향

이어폰으로만 듣던 음악을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함께 듣고, TV로만 보던 나의 스타를 공연장에서 직접 보는 일은 특별하다. 취향이 겹치는 음악과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 박자에 맞춰 뛰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호흡한다는 게 얼마나 벅찬 일인지! 공연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티켓을 예매하고, 콘서트 날만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이라면 공연이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당연한 것만 같다. 그런 팬들의 마음을 달래듯, 공연과 어울리는 향을 제작하여 그날의 기억이 후각이라는 감각에 저장될 수 있도록 기획한 콘서트가 많아졌다. 태연, 넬, 비투비 등 다양한 가수들이 공연장에 향기를 가득 채웠다만, 이들은 아련한 코끝의 잔향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지 콘서트장을 방 안에 들여놨다.

 

 

공연의 하이라이트 속 터지는 꽃가루처럼 퍼지는 향기 - 뉴이스트W <DOUBLE YOU-FINAL> 디퓨저

뉴이스트W는 각 멤버가 직접 고른 네 가지 향으로 공연장을 채웠다. 구역마다 다른 향이 나온다며 어떤 냄새가 나는지 맡아보길 바란다고 말하던 멤버들의 말처럼,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팬들은 공연장에서 맡았던 각기 다른 향에 대해 말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머스크 향이 난다고 했고, 누군가는 달콤한 솜사탕 향이 난다고 했다. 같은 콘서트, 다른 향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누군가는 우직한 나무 향에 뉴이스트가 아닌 뉴이스트W로서의 마지막을 깊게 간직하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달달한 향에 취해 ‘최애’를 만난 기쁨만 안고 간다고 했다. 공연장에 뿌려진 향은, 콘서트 굿즈로 나온 디퓨저로 더욱 자세히 만날 수 있었다. 코끝에 남은 잔향을 넘어 일상 공간에서도 뉴이스트W를 떠올릴 수 있게 말이다. 디퓨저를 구매한 팬들은 공연이 절정을 향할 때 ‘펑’ 하고 터지는 종이 꽃가루가 공연장을 가득 메우던 그 날을 방 한켠에서 무한 반복 재생 중일지도.


 

영화향

영화를 본다고 해서 시각으로만 느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입체 안경을 사용해 더욱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3D를 넘어,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고 향기가 나는 4D라 불리는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4D 맛집’으로 소문난 영화 <알라딘>의 경우, 향기에 대한 후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였다. 이만하면 시청각적인 콘텐츠인 영화보다는 좀 더 화려한 수식어가 어울리겠다 싶다. 그렇다고 4D로 상영하지 않는 것에 슬퍼하지 말자. 아직도 <라라랜드>의 OST가 들리면 가로등 밑에 가서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인 것처럼 그 영화를 추억할 장치들은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 15편을 돌려보는 시간 동안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

 

 

15편의 영화를 돌려보는 시간 동안의 향기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캔들

최근 ‘불한당원’, ‘아수리언’, ‘독종’, ‘쓰백러’, ‘아갤러’ 등 영화 팬덤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굿즈 제작, n차 관람, 영혼 보내기(영화 매출과 관객 수에 기여하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으나 관람은 하지 않는 행위)까지, 다양한 형태로 영화를 응원하는 방식이 생겨나면서 영화계에서는 팬덤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빠질 수 없는 영화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이 팬덤은 복숭아로 가득한 굿즈 맛집을 이루었다. 그중 유독 돋보이는 건, 올리버(아미 해머 분)와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가 자주 시간을 가졌던 집 뜰 수영장을 담아낸 POOL과 복숭아같이 단단하면서도 물렁한 소년의 첫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엘리오의 방을 담은 ROOM, 두 버전의 향초. 여름을 대표하는 영화답게 시원한 워터 계열의 POOL 캔들과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인 복숭아처럼 산뜻하고 달콤한 ROOM 캔들은 언제나 사람들을 이탈리아의 여름으로 데려간다고 한다. 약 30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캔들과 함께 가만 누워있으면, ‘콜바넴’ 팬들 머릿속에는 15번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상영되고 있지 않을까.


 

책향

현대적인(?) 4D를 영화로 만날 수 있다면, 아날로그적인 4D가 여기 준비되어 있다. 서점에 가면 책 넘기는 소리와 조용한 말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지 않은가. 그 느낌을 향기로 만들어 일명 ‘교보문고 향’을 만들어낸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책향’이라는 게 서점 한구석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서점에만 있으면 독서 욕구가 샘 솟는 마음을 이제는 언제든지 느끼게 되었다. 책에 손이 쉽게 뻗어지지 않는다면 ‘책향’을 집으로 들여놓아 보자. 당장이라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 있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니!

 

출처: 글입다 공방 트위터 (@wearingeul)

 

글자를 코끝으로 맡다, 북 퍼퓸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장면일지, 어떤 감정일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풀게 되지 않는가. 그 상상을 조금 더 구체적이고 감각으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북 퍼퓸이 등장했다. 실제로 최근 서점에 가면 책과 북 퍼퓸을 짝 맞추어 배열해 놓은 진열 칸이 따로 있을 정도다. 윤동주가 지은 <별 헤는 밤>의 북 퍼퓸은 가을밤에 호숫가에서 별을 바라보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을 담은 향기를, 백석이 지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북 퍼퓸은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눈길을 걸어가는 배경은 분명 겨울임에도 사랑에 빠진 한 청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질 수 있는 향을 담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직접 뿌리며 글과 향기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북 퍼퓸의 매력이랄까. 독립운동에 차마 용기 낼 수 없었던 윤동주의 밤을 함께 보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책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뿌릴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읽지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작가 혹은 작품을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느낌을 받는다.

CREDIT

에디터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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